1) 서평
기획자의 업무는 대부분 프로세스화 되어 있다. 기획하고, 요건을 정의하고, 기획서를 작성해서, 디자인과 개발을 요청하는 일련의 과정도 시간과 숙달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획자의 소양임이 분명하지만, 프로덕트를 성장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프로덕트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비즈니스 임팩트와 동시에 고객 관점을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또 도출된 방향성이 협업하는 구성원들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인 김성한 PO는 쿠팡에서 로켓배송과 물류 부문의 알고리즘 개발 및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담당했다. 암호 화폐거래소 코빗으로 이직한 후에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책을 쓴 이후로도 승승장구하여 현재는 쿠팡 플레이의 대표이다. 3년 조금 넘게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하며 책에 있는 마인드와 관점으로 일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저자의 커리어가 납득이 되었다. "아, 이게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이구나."
아직 PO가 되기에는 이른 주니어 연차의 기획자이지만 프로덕트를 기획,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떤 관점으로 사고하고 일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PO가 하는 일이나 업무 tip을 단순히 모아서 보여준다는 점보다도 사고하는 방법을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이다. 에필로그에도 나오지만 저자가 강조한 원칙은 '체계적으로 생각하기(Thinking Systematically)'와 '깊게 파고들기(Dive Deep)',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 공감하고 생각하기'이다.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 곳곳에 위 세 가지 원칙들이 묻어나고, 어떻게 실현해야하는지 적혀 있었다.
이전 글에서 기획자로서 일하는 경험과 성장이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유용한 업무 도서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서이기도 했다. 읽으면서 관점의 변화가 여러 번 일어났고, 유용한 인사이트를 계속해서 얻었다. PMO,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독을 권하고 인생이나 업무에 적용한다면 많은 성취가 있을 것 같다.
2) 책 내용 요약
1. 모두의 동의를 얻어 원칙을 정리하기.
원칙이 필요하다. 결정을 내릴 때 언제든지 잣대로 삼을 수 있는 법 같은 것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PO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 참조할 수 있다. 혹은 다른 이와 토론하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때도 유용하다.
내가 식스 페이저 문서를 작성할 때, 고객 분류와 더불어 공을 제일 많이 들이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가이드 원칙’이라고 부르는 이 부분에는 주로 4~6개의 원칙을 목록화한다. 해당 프로덕트를 개발하거나 운영할 때 꼭 지켜야 하는 법 같은 것이다. 1번이 가장 중요하고, 내려갈수록 부수적인 것들로 채운다.
이 원칙을 허투루 작성해서는 안 된다. 너무 길어서도 안 되며, 명확한 단어들로 구성한다. 동료, 상사, 경영진, 등의 검토를 거치면서 보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원칙이 정해졌을 때, 개발에 착수한다.
ex) 영화 감상편 서비스 원칙
- 실제 관람한 고객이 생성한 컨텐츠의 진위와 신뢰성은 신성시 되어야 한다. 우리는 컨텐츠가 노출되기 전 오용과 부정 작성을 방지하고, 게시된 후에도 의심되는 컨텐츠를 감지해서 제거한다.
- 관람객은 면밀하고 상세한 감상평을 소중하게 여긴다. 우리는 자세하고 관련도 높은 컨텐츠가 생성되고 우선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한다.
- 우리는 컨텐츠 생성자와 관람객이 상생할 수 있는 자립 가능 커뮤니티를 구축하려 노력한다. 커뮤니티가 자주 조정되도록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 축적되는 감상평은 우리 고유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우리의 온라인 생태계 내에서만 활용되어야 한다. 컨텐츠에 대한 접속과 기여를 규제한다.
이렇게 원칙을 정하면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된다. 어떤 기능을 개선해야 할지 고민할 때, 원칙 1번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자문할 수 있다.
PO라면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덕트에 대한 원칙을 반드시 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원칙은 매 분기별로 점검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객과 사업이 요구하는 것들을 종합하여 원칙을 재정비하면 명확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식스 페이저
나는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이나, 혹은 매 분기별로 문서를 하나 작성한다. 아마존 또는 쿠팡에서 식스 페이저 6-Pager라고 부르는 이 문서 형태는 여섯 페이지 이내에 해당 프로덕트에 대한 핵심 내용을 담아 내는 것이다. ① 프로덕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② 과거에 어떤 관련된 시도를 했는지, ③ 어떤 실패 사례가 있었는지, ④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 건지, 그리고 ⑤ 어떤 수치를 활용해서 성공 여부를 확인할 것인지 등을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서술한다.
식스 페이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거의 첫 장에 나온다. 나는 그것을 “우리는 고객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라고 칭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해당 프로덕트가 고용되는 이유를 목록 형태로 작성한다. 이런 목록을 작성하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받아 확정 지을 때까지 다섯 번 이상의 검토를 받은 적도 수두룩하다. 프로덕트를 개발하기 전 고객이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고용하는지 PO가 먼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밀크셰이크 사례로 알 수 있듯이, 고객이 동일 한 제품을 고용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닌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고용되는 이유를 나열하는 목록은 주로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하는 편이다. 가장 처음에 내세우는 항목이 물론 제일 중요한 고용 이유이고, 아래 목록으로 내려갈수록 부수적인 거들로 채워진다.
고객이 무엇을 위해 밀크셰이크를 고용하는지 정리해놓으면, 앞으로 어떤 밀크셰이크를 제공해야 하는지 알기 쉽다.
그렇다면 경쟁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밀크셰이크 사례만 보더라도, 밀크셰이크의 경쟁자는 매우 다양했다. 실제 고객은 커피 같은 다른 음료만을 고려하지 않았다. 베이글, 도넛, 바나나, 초콜릿 등 여러 가지를 비교한 후,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일의 적임자로 밀크셰이크를 고용했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대체 가능한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가 전혀 다른 형태로 나올 수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출근자들이 운전 대신에 자동차 내부에 있는 화면을 통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패스트푸드 점에 들려 밀크셰이크를 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래의 고객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밀크셰이크 말고 넷플릭스를 고용할 수도 있으니.
PO는 프로덕트를 기획하거나 개발 방향을 결정할 때, 어떤 고객이 왜 해당 프로덕트를 고용할지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설문 조사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시장의 수요를 추측하는 것은 PO에게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 당장 직면한 현재의 고객이 어떤 제품을 고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걸 선택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분석해야 한다.
3. 서비스는 하나라도 사용자 유형은 다양하다.
e커머스 서비스를 고용하는 고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고객 Intent_Based Customer :
-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서비스를 고용하는 고객이다.
- 목적이 있지만 발견해야 하는 고객 Intent-Discovery Customer :
- 대략 어떤 상품군을 구매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구체적인 상품을 아직 정하지 못한 고객이다.
- 발견을 원하는 고객 Pure-Discovery Customer :
- 구체적인 목적 없이 들어온 고객, 둘러볻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구매하기도 한다.
PO는 세 가지 유형의 고객을 위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무슨 정보를 더 명확하게 노출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서비스에 접속하자마자 자주 구매하거나 최근 구매했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예상처럼 바로 해당 상품 페이지로 이동했다면, 그 고객에게는 상품 정보나 다른 고객이 작성한 상품평을 우선적으로 노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가격을 보여주고 장바구니에 넣어거나 바로 구매할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봐야 한다.
- 목적이 있지만 발견해야 하는 고객일 경우, 특정 상품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는 대신,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상품 카테고리로 이동할 것이다.
실제 고객 경험을 토대로 고객 분류를 한 다음, 그들이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고용하는지 생각해보면 경험을 보다 수월하게 개선할 수 있다. 단순히 전체 고객을 성별이나 나이대, 평균 구매액 등으로 구분하면 그들에게 고용될 만한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그런 정보는 부수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본질적으로 고객이 각각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파악해서 분류해야 서비스 개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고객을 분류하는 방식을 완벽하게 터득할 때까지, 자신이 책임지는 프로덕트를 수도 없이 많이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4. 디자이너를 최고의 파트너로 삼는 법
나는 절대로 디자인에 대한 시각적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고객이 사용할 때 어떤 느낌이 들지 가정해보며, 조금이라도 모호한 점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디자인 리뷰에서 지키는 원칙
- PO는 오로지 고객을 대변하는 입장이어야 한다. 감정, 관계 등을 일체 배제한다.
- 개발하고자 하는 기능에 대해 정한 원칙에 기반하여 판단한다.
- 디자이너에게는 질문의 형태로만 의견을 피력한다. 절대로 지시하지 않는다.
- 질문한 후에는 디자이너의 의견을 경청한다. 모든 시안은 고심의 결정체다.
- 구도로 거론된 내용을 회의 직후 기록하여 전달한다. 디자이너가 선호하는 방식을 따른다.
의견과 요구사항은 다르다.
의견
- 젊은 여성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해주세요.
- 이 버튼을 누르면 팝업이 여기에 떴으면 좋겠습니다.
- 문구 크기는 최대한 키웠으면 합니다.
- 색상은 하늘색 톤으로 해주세요.
요구사항
- 고객이 구매하기 전, 구매 내용을 최소 1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객이 결제할 때, 할부 구매 방법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객에게 궁금증이 있을 경우, 곧바로 고객센터에 연락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 고객이 가입할 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용 약관은 반드시 노출되어야 합니다.